-전봇대를 끌어안고 녹아내리던 막내까지 택시에 태워보내자 얼추 술자리는 정리된 듯 싶었다. 가장 술이 센 죄로 팔자에 없던 취객 처리를 떠맡은 민규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막차 끊겼으려나. 시간표를 헤아리며 주머니에 손을 꽂고 몇걸음 걸어가던 민규는 시야에 걸리는 인영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술집이나 심야 식당도 아닌데 환히 불을 밝힌 어떤 가게 앞에 선 ...
'아마도 과실'(클릭시 이동)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연습실 소파에 잠깐 누워 있는다는게 깜빡 잠들었다. 화들짝 놀라 깼는데 눈앞이 깜깜하고 숨쉬기가 답답했다. 알고보니 폭닥한 패딩이 얼굴까지 덮고 있었다. 뭐야......악몽꾼 줄.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몸살이면 안 되는데. 시체처럼 누워 코끝으로 숨만 쉬자니 덮어쓴 패딩 냄새가 몰려온다. ...
*격월 규순 12월호에 제출했던 글입니다.http://lovedropcandy.dothome.co.kr/We've got a jet lag나의 아침이 너의 밤을 용서못하고 / 너의 밤이 나의 오후를 참지 못하고안녕이란 말도 없이 우리는 헤어졌다최영미, 사랑의 시차-'복학한다던데.''출결 못 맞춰서 자퇴한 거 아니었냐.''무슨. 교수가 복학한다고 좋아 죽던데...
* '문제적 사랑쪽지' (클릭시 이동)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D-6.남은 치킨이랑 콜라 내가 먹었음.맨날 남길 거면서 왜 혼자 먹어요?'허. 추위에 시뻘게진 코를 훌쩍이며 문을 따던 순영이 발끝에 떨어진 포스트잇을 주워들고 혀를 찬다. 남긴 거 아니고 밤에 먹을거라고오! 옆집을 향해 소리를 높여 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고 입김만 허공에 퍼진다. 아마 알...
규순, '네 코끝에 생크림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게 좀 의도적인 거라고 생각했다. 귀여워 보이려고.'https://kr.shindanmaker.com/638682-"워!""깜짝이야.""깜짝은. 밥상머리에서 고사 지내냐?"턱을 괴고 있던 팔이 쑥 빠져나가 얼굴을 테이블에 찧을 뻔했다. 팬들이 국보급이라고 쳐주는 이 얼굴을 고작 놀래키기로 훼손하려 들다니. ...
-도보로 십여 분이라더니. 민규는 까마득하게 쌓여 있는 계단 길을 망연히 올려다봤다. 세심치 못한 지도 앱은 그저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거리를 그들에게 안내한 모양이었다. 새롭게 다른 경로를 찾기에는 이미 걸어온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아까웠다. 끝도 없이 늘어선 계단 끝의 손바닥만 한 하늘을 올려다보던 민규가 옆에 선 인기척에 나오려던 한숨을 삼켰다."죄송...
순간적으로 딱딱한 아스팔트 길이 엿가락처럼 휘어지는 경험을 한 민규는 멈춰 서서 숨을 골랐다. 술집에서 나올 때까진 분명 정신이 또렷했는데 걸어오면서 취했나. 더운 여름밤에 그곳에서 여기까지 걸어왔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니면 지독한 열대야에 정말로 길이 녹아버렸을지도.발걸음이 천근같이 무거웠다. 내키는 대로 술도, 안주도 엄청나게 먹고 마셨다. 이 ...
Dead or alive 上초인종을 누르고도 한참이 지나 불이 들어왔다.누구세요? 귀찮음이 역력한 목소리다. 여차하면 축객령을 내릴 기세라 눈썹을 꿈틀거린 민규는 재빨리 들고 있던 철가방을 카메라 렌즈로 들이밀었다. 누구긴요. 님이 시킨 배달이죠. 혹시 못 알아볼까 봐 덧붙이는데 철컥 문이 열린다. 문을 열자 서늘한 공기가 팔뚝에 감겼다. 자다 깼는지 얼굴...
- "뭐 하냐?""깜짝야."간만의 칼퇴에 한잔할까 싶어 삼겹살과 소주를 사 돌아가는 길이었다. 우편함 앞에 서성거리는 교복 입은 뒷모습이 낯이 익었다. 등을 찔렀더니 세상 난리를 피우며 돌아보는 얼굴이 역시, 옆집 사는 고딩 민규다. 놀랐잖아요! 마구 짜증을 부리는데 순영은 코웃음을 쳤다. 겁대가리라곤 없게 생겨가지고 간 작게 굴긴.고갤 들이밀었더니 민규의...
-방학 중의 캠퍼스는 썰물 때의 갯벌처럼 황량하다. 통유리로 된 카페 밖에서 움직이는 거라곤 고양이와 비둘기뿐이다. 학기 중의 이 시간엔 홀로 카운터를 보고 커피를 내리느라 두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는데. 그때가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나마도 날이 좋으면 채도 높은 창밖 여름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라도 있었는데 오늘은 칙칙한 먹구름이 드문드문 ...
- 야식이 도착했다.평소라면 누구보다 빨리 달려가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할텐데 오늘은 어쩐지 걸음이 내키지 않았다. 형 안 가요? 문 너머 찬이 얼굴만 쏙 내밀고 물었으나 민규는 고갤 저었다. 속이 안 좋아서. 의구심 가득한 막내의 눈빛에 사족을 달아봤지만, 여전히 께름칙하다.너 내가 먹을 거에 환장한 사람으로 보이냐. 억울해서 한마디 했더니 한대 쥐어박히기...
- 순영은 반짝 눈을 떴다.빛 한점 없는 실내는 깜깜했지만 오래 눈을 감고 있어서인지 어둠이 눈에 익었다. 침대맡에 놓여 있는 디지털 시계를 확인했다. 여섯 시 이십칠 분을 가리키고 있다. 일어나기엔 아깝고, 잠들기엔 모호한 시간. 멀뚱멀뚱 시계를 보던 순영은 다시 눈을 감는다.이틀 전 산 여름용 이불은 촉감이 무척 좋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히 서...
SVT R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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