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라디오 채널은 따분하기 그지없다.따분한 주부들의 사연과 한물간 유행가가 흘러나오는 채널을 몇 개 돌리던 순영은 결국 라디오를 끄고 CD를 틀었다. 사장이 어디선가 구해온 차는 연식이 오래되고 낡아빠져 에어컨이 고장나는 건 기본이고 심할 때는 길바닥에 퍼져버리곤 했다. 그나마도 차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지도. 불평해봐야 짠돌이 사장은 차를 바꿔...
"형. 순영이 형."누가 봤다면 물에 빠뜨렸다 건졌나 했을 거다. 리허설을 몇 번만 해도 땀투성이가 된다. 점점 더워질 텐데 저렇게 더위를 많이 타서 어떡하지. 보는 사람이 더 걱정이다. 당사자는 메이크업 수정이 귀찮아서 그렇지 버틸만하다고 그러지만. 등을 톡톡 두드리자 그제야 돌아본다. 멀뚱멀뚱하게 돌아보다 나인 걸 확인하곤 왜, 입 모양으로 묻는다. 닦...
"몇 송인지 세 보자.""백송이 아냐?""그 정도는 아닐듯. 원래 스무 송이 주는 거 아냐?""몇 송인지 내기할래?""뭘 그런걸로 내기를 해. 인터넷 찾아보면 되지."정신없이 굴던 석민과 원우가 시큰둥한 지훈의 반응에 흥이 식었는지 호들갑을 멈추고 들고 있던 꽃다발을 민규에게 돌려준다. 받아 안자 짙은 장미향이 물씬 풍겼다. 아침부터 한송이씩 포장된 장미를...
-"이번 연극 주연은......"안 그런 척 하고 있었지만 모두가 긴장한 게 느껴졌다. 동, 하계로 일 년에 두 번 진행되는 학교 축제는 규모가 꽤 컸다. 재학생들만의 축제라기보단 지역민들도 구경오는 유서 깊은 축제였다. 그 중에서도 메인으로 진행되는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연극이다. 연극 동아리는 단순 동아리 치곤 면접 경쟁률도 높았다. 동아리 소속이라...
-옆집 회사원 아저씨는 회식이 많은 회사에 다닌다. 가끔 코가 비뚤어지게 취해선 우리 집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문고리를 당겨댈 때가 있었다. 처음 그 일이 일어났을땐 도둑인 줄 알고 경찰을 불러야 하나 고민했는데 다음날 문 앞에 취해 잠들어 있었다. 종종 그랬다. 얼어 죽기 딱 좋은 계절이 되니까 모른척이 어려워졌다. 새벽에 그 일이 일어나면 아저씨를 깨워 ...
-"순영이 형 어디 갔냐.""몰라. 멀미 심하다고 약 찾아다니던데."스태프 차 쪽에 있는 거 아냐?석민이 대강 대꾸하더니 운동화를 구겨 신고 나가버린다. 남겨진 민규는 야상 속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었다. 자그마한 종이 곽이 만져졌다. 스태프에게 받아 온 멀미 약이었다. 물론 민규의 것은 아니다.새벽 비몽사몽 간에 괴상한 콧노래를 부르며 나가는 뒷모습만 보...
-꼭두새벽부터 초인종 소리가 요란했다. 역세권, 대학가, 자취방이라는 교집합에 모조리 해당하는 장소이니 드문 일만은 아니었다. 그 집 주인이 사교성 좋기로 유명한 순영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초인종은 두어 번 울린 뒤 잠잠해졌다. 하지만 집 앞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예의가 정말로 바르다면 이 시간에 찾아오지도, 초인...
-짧은 봄방학이지만 방학은 방학이었다.피방 갈래? 노래방 콜? 점심 뭐 먹을래. 우리집 빈다. 탄산처럼 질량감 없는 대화들이 주위를 스쳤다. 어딘가 붕 떠 있는 하굣길의 아이들 틈바귀에 섞여 걷고 있자니 순영은 조금 들뜨면서도, 동시에 이질적인 기분이 들었다. 아. 똑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들어도 나는 더이상 쟤네랑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 문과 일본어반 김민규 권순영* 데레스테=신데마스=신데렐라 마스터=일본 게임 기반의 애니메이션-'일본어반에 여자애들이 많대.''김영희 일본어반 간다던데.''일어반 존나 여탕이래.'구구단을 외우던 시절부터 수학엔 젬병이었다. 물론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사람도 아녔다. 문과이과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부터 다들 순영이는 문과 가겠네~ 그래서 선택의 순간에 망설임이...
규순전력, '시작'-시작은 별게 아녔다. 글쎄. 별게 맞대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으니까 아니라고 할거다."니가 먹어치운 옷을 입은 꼬꼬의 친척이 수십마리인데 이제 와 추모라니.""개소리, 아니 정말 닭소리다. 권순영이 닭소리를 하고 있다."승철이형과 원우가 기막혀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꿋꿋하게 꼬꼬를 위한 추모 기도를 제안했다. 풀풀 김이 오르는 치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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